🚶집과 집 사이를 이동하는 노동

우리는 흔히 이동노동자하면 배달·택배·대리기사를 떠올립니다. 가구방문 노동자 역시 집과 집 사이를 이동하며 일하는 대표적인 이동노동자입니다. 이들은 음식을 배달하거나 사람을 태우는 대신, 누군가의 집을 방문해 돌봄을 제공하고, 생활의 기반을 점검하며, 안전을 확인하는 일을 합니다.

가구방문 노동자란 ❓

설치·수리노동, 가스안전점검, 상수도계량기검침, 재가요양보호, 방문간호, 다문화가족 방문교육지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가구를 방문해 업무를 처리하는 노동자들을 말합니다.

2021년 기준 가구방문 노동자는 약 141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5% 이상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구방문 노동은 고객의 집이 곧 일터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하루에도 여러 가정을 오가며 일해야 하며, 집과 집 사이의 이동은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대표적인 가구방문 노동인 검침 노동자의 경우 한 달 평균 3,500~3,600가구를 방문합니다. 재가요양보호사의 경우 요양보호사 1인당 평균 2.1명의 수급자를 돌보며, 하루 최대 두 가정을 방문하며 돌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처럼 가구방문 노동자들은 가구와 가구 사이를 이동하며 일합니다. 여름철 무더위와 겨울철 추위를 견뎌야 하고, 이동 중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재가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이동시간이 30분 이내인 경우가 45.1%, 30분~1시간이 43.1%, 1시간 이상이 10.8%로 나타났습니다. 가구방문 노동자에게 이동은 단순한 출퇴근이 아니라 다음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 불안정한 고용, 부족한 보호

가구방문 노동자 상당수는 간접고용, 위탁·하청·기간제·단시간노동 등의 형태로 일하고 있습니다. AS기사, 아이돌보미와 같은 민간 위탁기관 소속 노동자들이나 학습지 방문강사, 대여제품 방문점검원, 가전제품 설치·수리기사 등은 노동자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입니다.

이러한 고용구조는 노동조건 개선이나 권리 보장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동이 필수적인 노동임에도 노동시간이나 노동조건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 보이지 않는 위험 속의 1인 노동

가구방문 노동은 고객의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1인 노동이라는 특징을 갖습니다. 고객의 집은 일반적인 사업장처럼 표준화된 작업환경이 아니며, 현장의 상황을 미리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노동자는 매번 다른 환경에서 고객의 요구와 상황을 직접 파악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폭언, 성희롱, 비인격적 대우와 같은 문제를 겪기도 하며, 방문 약속이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이른바 '노쇼(No-show)' 문제도 발생합니다. 그러나 불안정한 고용구조 속에서 이러한 문제는 적극적으로 제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필수노동

그럼에도 가구방문 노동은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노동입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돌봄서비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검침과 안전점검, 설치·수리노동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생활기반과 안전을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 집을 방문하는 노동자들의 일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우리의 일상을 유지하고 사회를 움직이는 필수노동입니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노동환경과 권리는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구방문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